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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리

Description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약 복용을 챙기고 기록하는 데서 출발한 앱입니다. 시간대별 복약과 자주 바뀌는 용량을 남겨두고, 진료 때 그대로 꺼내 쓸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이후 상담·성장·비용 기록까지 한곳으로 넓혔습니다. 클라이언트 없이 문제 정의부터 화면 설계까지 직접 진행한 개인 프로젝트입니다.
Role
Product Planning · UX/UI Design · Flutter Development
Type
개인 프로젝트
Status
개발 중 · 출시 전

약을 챙기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여러 약을 시간대별로 나눠 먹고, 용량도 자주 조정됩니다. 매일 챙기는 것 자체도 일이지만 더 어려운 건 기록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용량이 바뀌었는지, 바꾼 뒤 아이는 어땠는지 — 다음 진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보인데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여기서 출발해 상담·성장·비용 기록까지 한곳으로 넓혔습니다.

만들기로 한 이유는 조금 더 안쪽에 있습니다. 상담과 검사는 비쌉니다. 그런데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영수증으로만 남고, 돌려받을 수 있는 바우처와 지원금 정보는 카페 글을 몇 시간씩 뒤져야 겨우 나옵니다. 보호자가 느끼는 불안의 상당 부분은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에서 옵니다. 그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 그게 이 앱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이 앱은 몇 달 쓰고 마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몇 년을 함께 가야 합니다. LTV가 긴 서비스인 만큼, 재미있게 만드는 것보다 매일 써도 부담이 없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오락성보다 실질적인 사용성을 먼저 놓았습니다.

AI로 빠르게 만들어보는 앱은 대개 한 번 써보고 마는 가벼운 서비스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반대쪽을 겨냥했습니다. 아동 건강이라는 민감정보를 다루고, 동의와 기록의 근거를 설계하고, 매일 반복되는 사용을 몇 년간 견뎌야 하는 제품입니다.

슬로우리 온보딩 화면 — 로그인, 브랜드 소개, 핵심 기능 안내 3단계

네 가지 어려움을
풀어야 했습니다.

하나, 복약과 용량이 기록으로 남지 않습니다. 약은 아침·식후· 취침 전으로 나뉘고 매일 반복됩니다. 챙기는 것 자체도 부담인데, 용량이 조정된 시점과 그 뒤의 컨디션은 어디에도 남지 않습니다. 다음 진료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가 매번 기억에 기대게 됩니다.

둘, 다닐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느 병원과 센터를 가야 할지, 다녀본 곳은 어땠는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곳과 알아보는 중인 곳을 함께 관리할 수단이 없었습니다.

셋, 비용은 크고 지원 정보는 흩어져 있습니다. 상담과 검사 비용은 부담이 큰데, 바우처와 공제처럼 돌려받을 수 있는 정보는 커뮤니티를 뒤져야 겨우 찾습니다. 쓴 돈을 기록하는 것과 돌려받을 방법을 아는 것이 따로 놀고 있었습니다.

넷, 계속 쓰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록 앱의 진짜 난제는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스트릭이나 달성률로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보호자는 이미 충분히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재방문은 일정과 복약 알림이 만들고, 앱 안에서는 채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설계의 기준선

정리만, 판정하지 않는다.

앱은 기록을 모아 보여주는 데서 멈춥니다. 비교·순위·점수·경고를 만들지 않습니다. 판단은 보호자와 전문가의 몫이고, 앱의 역할은 그 판단이 정확해지도록 재료를 잘 정리해두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이 화면마다의 결정을 갈랐습니다.

  • 비교하지 않는다 또래 평균·백분위 대신, 직전 기록 대비 변화량만 보여준다
  • 채점하지 않는다 스트릭·달성률·완료율을 배제하고, 확인감은 인터랙션으로 채운다
  • 해석하지 않는다 AI 요약은 집계까지만, 의료 문서 원본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홈에서 시작하는 두 개의 사이클

시작

1홈 · 일정과 오늘의 약

슬로우리 홈 화면 — 이번 주 일정과 오늘 챙길 약

이번 주 일정과 오늘의 약을 확인하고, 여기서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A. 상담을 기록하고 진료 전에 꺼내 쓰기

상담 기록

2상담 메모 목록

기관별 태그 필터가 있는 상담 메모 목록

3상담 전 기록 작성

상담 전 기록과 선생님 피드백을 나눠 적는 입력 화면

4음성 메모로 대체

음성 메모 녹음과 민감정보 안내 문구

5진료 전 AI 요약

방문 횟수와 기관별 분포를 집계한 AI 요약 모달

요약을 보고 다시 다음 진료를 준비합니다.

B. 매일 약 챙기기

복약

2오늘의 약

완료율 없이 먹였어요 버튼만 둔 오늘의 약 화면

3복용 히스토리

월별로 접히는 복용 히스토리 타임라인

기록은 남기되 달성률로 채점하지 않습니다.

C. 다니는 곳 관리하기

기관

2병원 · 센터 목록

다니는 곳과 관심 병원을 나눈 병원·센터 목록

3병원 상세

추천·순위가 아니라는 고지가 하단에 있는 병원 상세

상담 메모의 태그 필터와 연결됩니다.

백엔드 개발자 없이, 혼자 끝까지

  1. 01

    기획 MD

    무엇을 만들지 문서로 먼저 정의하고 범위를 좁힘

  2. 02

    리서치

    보호자가 겪는 상황과 기존 서비스의 빈 곳 확인

  3. 03

    디자인 시스템

    색 · 타이포 · 컴포넌트 규칙을 먼저 세워 화면마다 흔들리지 않게

  4. 04

    Figma 와이어프레임

    화면 흐름과 구조를 그려 무엇을 뺄지까지 판단

  5. 05

    Flutter 구현

    직접 코드로 만들어 실제 동작하는 앱까지 완성

AI가 주는 UX 결과물은 단편적이었습니다. 화면 하나하나는 그럴듯해도 사용자가 실제로 겪는 흐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이 프로젝트의 실제 작업이었고, 그만큼 실질적인 UX 판단이 계속 요구됐습니다. 도구가 빨라질수록 무엇이 맞는 흐름인지 아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 없이 기획부터 구현까지 혼자 맡았습니다. 상상에만 있던 앱이 실제로 돌아가는 데까지 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겪으면서, 가장 즐겁게 일했고 가장 많이 배운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